건강한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을 마치며...
이름     ooo 날짜     2015-10-28 15:51:34 조회     1139

올 해 저의 가을은 상실과 함께 찾아 왔습니다.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결단코 놓지 않으리라 제 마음아귀에 힘껏 부여잡고 있었던, 아련하게 그립고 따뜻했던 어릴 적 엄마의 등을 비로소 떠나보내는, 제게는 너무도 낯선 애도의 경험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잃어버린 대상에 어찌할 바 모르던 중에 부모교육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수업은 잊을 수 없습니다. 자기소개 몇 마디에 울음을 터뜨려 버렸으니 말입니다. 저도 저지만 다른 엄마들에게 난데없는 당혹감을 안겨준 것 같아 “제가 이렇게 주책을 떠네요.”라며 수습할 수 없는 쪽팔림을 가벼운 너스레로 무마시키려 했었습니다. ‘다음 번 시간에도 이렇게 허기진 영혼으로 울면 어쩌나, 내 안의 내가 비집고 나올 틈을 단단히 메우고 가야지’하고 어설픈 다짐도 하면서요.
그런데 제 주책덕분인지 아님 다들 작정하고 오셨는지 저마다 소금에 절여 아린채로 남아있는 상처들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생애 초기 오이디푸스적 관계에 벗어나지 못한 허덕임들, 밑도 끝도 없는 자기애의 아픔들, 넘쳐나는 교육과 정보에 정작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는 안타까움들, 그리고 사랑의 이면에 도사린 타나토스적 에너지에 속수무책인 모습들...비단 나의 모습만 아니구나 라는 것을, 모두가 비슷비슷한 삶의 질곡들을 품에 안고 있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교육 강의실에는 테메노스의 그릇처럼 집단 속 펼쳐지는 역동들이 고스란히 담겨졌고, 그것들이 제 마음 저 밑바닥을 아프게 훓고 지나갈 때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살갗에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가차없이 지져대는 아픔은 가혹했습니다. 이제 그 상처는 내 안의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사실 교육과 매스미디어의 도움이나 여러 심리서적들을 꽤 차고 있다고 해서 내 유년시절의 상처들을 알아차리기엔 다소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그 상처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내면의 힘은 미미할뿐더러 그마저도 지속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8개월 정도 모래놀이 개인 상담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힘이 없었다면 부모교육 집단의 역동 속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눈 앞에 드러난 빙산의 윗조각이었을 겁니다. 심연 가득 드리워져있는 어마어마한 또 다른 빙산의 존재를 넋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나를 돌아봄으로써 부모가 아닌 인격 대 인격으로 자녀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런 생각을 내비쳐봅니다.
익명으로 글을 쓸 때,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보인다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 제 진심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속삭이듯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시 한 편을 올립니다. ‘그대’라는 부분을 나의 무의식이나, 나의 그림자나, 나의 아픔과 상처라는 말로 다시 바꾸어 읽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To know all is To forgive All - Nixon Waterman
(모든 것 알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것을 - 닉슨 워터맨)

내가 그대를 알고, 그대가 나를 알면,
우리 둘 다 신성한 마음의 눈으로
서로의 가슴에 품은 생각의 의미를 분명히 볼 수만 있다면,
전정 그대와 나의 차이는 줄어들고
정답게 서로의 손을 맞잡을 수 있을 텐데.
장미가 송이마다 가시를 품고 있듯이
인생에도 하많은 걱정이 숨어 있는 법.
내가 그대를 알고 그대가 나를 알면
모든 것의 참 이유를 마음으로 볼 수 있을 텐데.